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링컨을 보기 위한 배경 지식



링컨은 미국 헌법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너무 지루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블루레이 국내판 출시를 기념하여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안내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아래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 당시 상황

영화가 다루는 시기는 1865년 1월부터 4월까지(주로 1월)입니다.  링컨이 대통령 재선에 성공해서 3월 4일부터 새로운 임기가 개시되기 직전이고, 상원과 하원의원 선거도 크게 성공해서 공화당 의석이 늘었으나 기존 의원들의 임기가 3월 3일까지는 남아있던 상황입니다.  남북전쟁도 전세가 크게 기울어 남부연합의 항복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2. 링컨이 헌법개정을 서둘렀던 이유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으로 노예제도는 사실상 폐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다보니 과연 종전 후에도 노예해방선언이 유효할지를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2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첫째는 노예해방선언이 전시 비상권한의 행사로 이루어진 것이다 보니 정상적인 법체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둘째는 노예해방선언의 의미가 적국의 재산(노예)을 몰수하여 처분하는 방법으로 해방을 시켜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남부연합이 적국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영화상에서도 언급되듯이 남부연합은 적국이라기보다는 반란군에 불과하므로 그 재산을 정상적인 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적국의 재산이라고 강제 몰수할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링컨은 헌법에서 아예 노예제를 금지시킴으로써 노예해방선언의 법적 정당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1864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승리했기 때문에 상원과 하원의 다음 임기가 시작된 후에 헌법개정을 추진하면 더 쉬운 상황인데 굳이 그 전에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했던 것은 남부연합의 항복이 임박해 있었고 만약 남부연합이 항복해 버리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의 온건파들도 굳이 노예제를 폐지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공화당 온건파만해도 노예제 폐지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전쟁에서 승리한 후라면 굳이 노예제를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죠. 


3. 헌법개정의 요건

미국에서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 각 2/3 이상의 동의에 의한 발의와 주 3/4 이상의 동의에 의한 비준이 필요합니다.  상원은 이미 2/3 이상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1864년 4월 8일에 13차 헌법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습니다(어떤 감상기를 보면 13조가 아닌 13차라고 자막이 계속 잘못 나와서 거슬렸다는 분이 있었는데, 13차가 맞습니다.  미국은 헌법을 개정할 때 기존 조항을 건드리는 방식이 아니라 뒤에 덧붙이는 방식을 취합니다.  따라서 13차 개정헌법은 노예제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13번째 헌법 개정이고 단 2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 3/4 이상의 동의를 위해 필요한 작업도 미리 사전에 진행해서 하원만 통과하면 헌법개정안이 발효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주의 경우에는 1개 주의 동의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그 해결을 위해 네바다 주까지 새로 만듭니다(남부 주들이 다시 연방에 복귀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일단 남부 주들의 복귀는 보류시킵니다).

결국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하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고 영화는 이 부분을 가장 비중있게 다룹니다.  사실 공화당도 진보, 중도, 보수파로 나뉘어져 있었고 특히 보수파는 노예제 폐지를 무조건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공화당 의원들은 이 헌법개정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의석 상황상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민주당 의원의 지지도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주로 1864년 선거에 패배해서 곧 의원직을 잃게 되는 사람들에게 우체국장 등의 자리와 이권을 약속해서 헌법개정안에 찬성 또는 기권하도록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도 10표의 찬성과 8표의 기권표를 얻어냅니다(그런데 영화에서 묘사한 것과 달리 이러한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와 이권을 제안받기 전부터도 노예제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헌법개정안에 반대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뉴욕쪽을 담당했던 로비스트는 5만불의 로비자금이 있었지만 실제 사용된 것은 27.5달러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1865년 2월 1일 헌법개정안 통과에 필요한 117표에 2표가 더 많은 119표를 얻게 되어 역사적인 헌법 차원에서의 노예제 폐지가 이루어지게됩니다.


4. 주의 비준

이미 조치는 다 취해 둔 상황이라 요식행위에 불과했지만 1865년 2월 1일 일리노이주를 시작으로 비준이 개시되었고 12월 6일 조지아주가 27번째로 비준을 하면서 노예제 폐지를 내용으로 한 13차 헌법개정안은 발효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주는 늦어도 1870년까지는 모두 비준을 했는데, 델라웨어주는 1901년, 켄터키주는 1976년, 미시시피주는 1995년에 이르러서야 비준을 합니다.  그나마도 미시시피주는 1995년 비준이 정식으로 연방정부에 통보가 되지 않아서 2013년 2월 7일에야 처리가 마무리 됩니다(아무래도 링컨보고 처리한 듯...^^;;).  이런 걸 봐도 알 수 있듯이 미시시피주는 지금도 정말 보수적인 곳입니다(장고에서 최후의 격전지도 미시시피주죠 ㅎㅎ).





댓글 없음:

댓글 쓰기